질문
'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' 모순된 표현 아닌가요? 계속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잊는다는게 말이안되는 것 같아요.
그리고 예시 중 '빨리 왔네 30분 밖에 안 늦었어.' 이것도 30분 늦었는데 빨리 왔다고 하는건 말이 안되지 않나요?
근데 왜 두 표현 다 역설적 표현이 아닌 반어적 표현인지 모르겠어요.
답변
아직 반어와 역설에 대해 확실히 개념을 잡지 못한 것 같아요.
(헷갈릴 때 질문하는 태도! 좋아요. 저도 중1땐 엄청나게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. 생각을 하다가 하다가 깊이 들어가니 갑자기 더 헷갈리는 기분이라고 생각해요. )
반어는 “상황”과 언어가 반대된다고 생각해 주세요.
이 시의 시적화자는 당신을 잊지 못했어요. 계속 그리워했습니다. 그리워하다가 잊지 못했죠.
그런데 시적 화자는 “사실은 잊었노라.”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.
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반대로 말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.
“그리다가 잊었노라.”는 말 자체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, 이 말을 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마음을, 그리고 상황을 생각해 주세요.
(그리고 그리워하다가 지치면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이걸 모순이라고 말을 하는 것도 조금 어렵습니다.)
‘30분밖에 늦지 않았다’라는 말이 이상한 것일가요? 이 말은 모순이라고 보기 어렵죠.
사람의 기준에 따라 2시간 정도 늦으면 많이 늦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, 30분이면 많이 많이 늦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. 모순된 표현이 아닙니다.
이 문장의 ‘반어’는 발화 상황을 보셔야 합니다. 제가 강의에서 학생이 지각을 했고, 담임 선생님은 많이 늦었다며 꾸중의 의미를 담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어요.
“우와, 빨리 왔네. 30분밖에 안 늦었어.”라고 말을 하고 있는 상황과 반대되고 있어요.
말하는 사람은 (담임 선생님) 화가 나서 약간은 비꼬면서 꾸중의 의미를 담아서 반대로 말을 한 것입니다.
마치 부모님이 “잘 한다~. 자알~~ 한다.”라고 말하시는 것과 같죠.
내가 사고를 치고 있는데, 엄마가 옆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면?
구체적으로 선생님의 경험을 예시로 들어볼게요.
파전을 만든다고 부엌에 들어가서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고, 파전은 다 태웠습니다.
엄마가 저를 보시고, "유진아, 참 잘~한다. 응?! 잘 해." (이게 정말 잘 한다는 의미일까요? 반대로 말하는 것입니다.) 화를 내는 표정이겠죠.
반어는 “상황”과 반대되는 말을 한다고 생각해 주세요.
학부모를 위한
학생를 위한
